
와우플래너의 첫 기능을 만들던 날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모니터 화면은 하얗게 비어 있었고, 마우스 커서만 껌벅거리고 있었죠.
그 순간, 솔직히 좀 막막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제 머릿속에서만 핑핑 돌아가던 수많은 기준들이 과연 이 작은 사각 틀 안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서요. 현장에서는 "딱 보면 알지" 하며 자연스럽게 내리던 판단들을, 코드 앞에서는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했으니까요.
가장 먼저 씨름한 건 입력 화면이었습니다. 행사 규모, 장소, 일정, 인원, 장비... 평소에는 종이 한 장에 휘갈겨 쓰던 항목들이지만, 막상 화면에 배치하려니 고민이 터졌습니다. "이걸 맨 위에 둬야 하나? 아니면 옆으로 뺄까?"
위에 두면 너무 강조하는 것 같고, 아래로 내리면 소홀해 보이고... 그때 무릎을 쳤습니다. "아, 버튼 위치 하나에도 내가 이걸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다 드러나는구나."
첫 번째 테스트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몇 가지 조건을 입력하고 버튼을 눌러봤죠. 결과 값으로 숫자가 '툭' 하고 튀어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기쁘기보다는 오히려 허전했습니다. 뭔가 찜찜했고요. 현장 견적에는 그 숫자 뒤에 항상 **"왜냐하면"**이라는 설명이 붙는데, 화면 속 숫자에는 그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과를 통보하는 게 아니라, '선택의 흐름'을 보여주자.
지금의 와우플래너는 사용자가 옵션 하나를 건드릴 때마다, 그게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작게 속삭여 줍니다. 인원을 늘리면 어떤 항목이 같이 늘어나는지, 실내에서 야외로 바꾸면 안전 비용이 어떻게 변하는지. 숫자가 나오기 전에, 생각의 길이 먼저 보이도록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개발은 기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기준을 정리하는 작업이더군요. 현장에서 "이 정도면 적당해" 하고 넘어가던 감각들을, 화면 위에서는 "이 정도가 정확히 얼마인지" 적어내야 했습니다. 그 차이를 좁히는 게 참 어렵지만, 그게 바로 이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겠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입력해야 할 항목도 산더미고, 현장의 변수들도 더 담아야 합니다. 그래도 가끔 테스트 화면을 보며 혼자 고개를 끄덕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 이건 예전에 내가 현장에서 머리 싸매던 딱 그 순간이네."
그럴 때마다 확신이 듭니다. 이 작은 도구가 언젠가는 누군가의 골치 아픈 결정을 조금은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겠구나 하고요.
이 게시판에는 이런 순간들을 꾸밈없이 남기려 합니다. 잘 풀린 날도, 막혀서 끙끙댄 날도, 모니터 앞에서 멍하니 있던 시간까지도요. 와우플래너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기준이 생각에서 화면으로, 그리고 그 화면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
와우플래너의 두 번째 걸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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