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보다 중요한 건 커피 한 잔: 현장에서 배운 ‘쉬는 법’의 기술

행사가 없는 날이라고 해서 마음까지 쉬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습관처럼 휴대폰부터 내려놓고 커피 머신 쪽으로 발걸음이 갑니다. 버튼을 누르고, 물이 데워지고, 컵에 커피가 떨어지는 그 짧은 시간. 그게 요즘 제 하루의 ‘시작 신호’입니다.
예전에는 쉬는 걸 좀 서툴게 했습니다. 일이 없을 때도 괜히 노트북을 켜고, 메일함을 새로고침하고, 할 일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바쁘게 만들었죠. 그러다 보면 머리는 더 무거워지고, 아이디어는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이상하게도, 현장에서 뛰어다닐 때보
다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더 지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어느 날은 행사를 하나 마치고, 팀이랑 근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다들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가 “오늘은 진짜 잘 끝났다”라고 한마디를 하더군요.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결과를 정리할 시간 없이, 항상 다음 일정으로만 달려가고 있었다는 걸요.
그날 이후로, 저는 일부러 하루에 딱 한 번은 ‘아무 생산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 둡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창밖을 보거나, 노트에 의미 없는 낙서를 하거나, 행사 사진들을 그냥 넘겨보는 시간입니다. 보고서도 안 쓰고, 기획도 안 합니다. 그냥 지나간 장면들을 떠올리는 시간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짧은 쉼이 다음 기획을 바꿔 놓습니다. 무대 동선이 떠오르기도 하고, 예전에 불편해했던 참가자의 표정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회의실에서 억지로 짜내던 아이디어보다, 이런 순간에 나온 생각들이 현장에서는 훨씬 오래 살아남더라고요.
와우플래너를 만들면서도 이 습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드를 붙잡고 있을 때보다, 커피 한 잔 들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이 기능, 이 사람한테는 어렵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결국 플랫폼도, 행사도, 사람이 쓰는 거니까요.
일이 잘 풀리는 자리는 꼭 책상 위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든, 현장 스태프든, 처음 행사를 준비하는 분이든, 각자에게 맞는 ‘잠깐 멈출 자리’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가 있어야, 다시 움직일 힘도 생기니까요.
오늘도 커피 잔이 비워질 즈음, 저는 다시 노트북을 엽니다. 쉬는 시간은 끝났고,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조용히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Creating Unforgettable Moments는, 어쩌면 이런 사소한 순간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