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는 리허설에서 이미 반쯤 완성된다: 20년 현장에서 배운 ‘준비의 기술’

행사 당일이 되면 다들 무대 위만 쳐다봅니다. 조명은 화려한지, 마이크 소리는 짱짱한지, 사회자가 멘트를 안 더듬는지...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짜 승부는 그전에 이미 다 나 있습니다.
바로 리허설 때죠.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저도 몰랐습니다. 리허설 그거 그냥 시간 맞춰서 음악 틀어보고, 마이크 나오면 "OK, 됐네" 하고 넘가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몇 번 크게 데어보고 나니 알겠더군요. 리허설은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고 날 구멍을 ‘찾아내는’ 시간이라는 걸요.
예전에 꽤 큰 행사를 맡았을 때 일입니다. 장비도 최고급이고 출연진도 빵빵해서 겉보기엔 완벽했죠. 그런데 리허설 때 가만히 보니까 무대 뒤가 엉망인 겁니다. 대기 공간은 좁아터졌는데 출연진이랑 스태프가 뒤엉켜서 지나가질 못하고 있었어요.
그거 그대로 본 행사 들어갔으면? 무대 전환할 때마다 사람들 부딪히고, 사회자 멘트 붕 뜨고...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날 결국 테이블 하나 빼버리고 통로 확보해서 겨우 살렸습니다. 관객들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우리끼리는 식은땀 닦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현장에 가면 화려한 조명보다 **‘사람 다니는 길’**부터 봅니다. 사회자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오는지, 가수는 어디로 퇴장하는지, 스태프가 장비 들고 뛸 때 걸리는 선은 없는지. 이거 책상에 앉아서는 절대 안 보입니다. 직접 발로 밟아보고 한 바퀴 뺑 돌아봐야 겨우 보입니다.
시간 감각도 마찬가집니다. 큐시트에 적힌 ‘3분’이랑 실제 현장의 ‘3분’은 무게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음악 깔리고 조명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들이 모이면, 3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리허설 때 일부러 스톱워치 들고 멈췄다 갔다를 반복해 봅니다. 그래야 "아, 여기선 사회자가 숨 좀 고를 틈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감’**이 오거든요.
20년 넘게 이 바닥에 있다 보니, 이제 리허설은 저한테 일종의 보험 같습니다. 모든 사고를 다 막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심장이 철렁하는 일은 줄여주니까요. 그게 프로가 현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아니겠습니까.
혹시 이 글을 보는 분 중에 처음 행사를 준비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리허설, 대충 넘기지 마세요. 그거 그냥 마이크 테스트하는 시간 아닙니다. 행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미리 살아보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무대 위에서 터지는 박수 소리, 사실 그거 리허설 때 우리가 땀 흘리며 만들어놓은 겁니다. 오늘도 저는 그 박수 소리 한번 제대로 들어보려고, 아무도 없는 빈 무대 위를 또 걸어봅니다.